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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사의 오류 — 로또 통계의 함정

로또 통계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번호는 20회나 안 나왔으니 슬슬 나올 때가 됐다는 것. 아주 자연스러운 직관이고, 그래서 더 위험합니다.

1913년 몬테카를로에서

카지노 룰렛에서 구슬이 검정에 연달아 떨어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빨강이 나올 차례라며 빨강에 걸었어요. 검정이 계속 나올수록 베팅액은 커졌습니다. 결과적으로 검정은 스물여섯 번 연속으로 나왔고, 그날 카지노가 크게 벌었습니다.

이 일화에서 도박사의 오류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과거 결과가 다음 결과에 영향을 준다고 착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왜 틀렸나

핵심은 추첨기가 기억을 갖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45개 공은 지난주에 어떤 공이 뽑혔는지 모릅니다. 매 회차가 완전히 새로 시작하고, 어떤 번호든 그날 뽑힐 확률은 6/45로 같아요.

숫자로 확인해 봅시다. 한 번호가 특정 회차에 안 나올 확률은 39/45, 약 86.7%입니다. 20회 연속으로 안 나올 확률은 이 값을 스무 번 곱한 약 5.7%예요. 낮아 보이지만 번호가 45개나 되니, 그중 20회 넘게 쉬는 번호가 두세 개 있는 건 오히려 정상입니다.

중요한 건 그다음입니다. 이미 20회를 쉰 번호가 21회째에 나올 확률은 여전히 6/45입니다. 지나간 20회는 계산에 들어가지 않아요. '나올 때가 됐다'는 감각은 확률이 만들어낸 게 아니라 우리 머리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반대 방향의 오류

'요즘 자주 나오는 번호는 흐름을 타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방향은 정반대인데 뿌리는 같아요. 둘 다 추첨기가 과거를 기억한다고 전제합니다. 스포츠에서 온 '핫핸드' 감각을 무작위 추첨에 가져다 붙인 것이고, 로또에는 손도 컨디션도 없습니다.

회차가 쌓이면 번호별 출현 횟수가 비슷해지는 건 맞습니다. 다만 그건 뒤처진 번호가 따라잡아서가 아니라, 표본이 커지면서 초기의 차이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큰 수의 법칙을 '균형을 맞추려는 힘'으로 오해하는 데서 이 착각이 생깁니다.

그럼 통계는 왜 보나

로또야도 분석실에서 여러 통계를 제공합니다. 예측에 쓸 수 없다면 왜 볼까요. 첫째로 지난 회차들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아는 건 그 자체로 재미있습니다. 둘째로, 내가 번호를 고를 때 갖는 편향을 비춰볼 수 있어요.

사람은 연속수를 피하고, 끝자리가 겹치지 않게 하고, 번호를 고르게 흩뿌리려 합니다. 실제 추첨에는 그런 취향이 없습니다. 통계를 보면 내 손이 무의식중에 어떤 조합을 배제해 왔는지 눈에 들어옵니다. 확률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남들과 겹치는 정도는 달라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