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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만분의 1이라는 숫자의 실감

1등 확률이 814만분의 1이라는 건 다들 압니다. 문제는 이 숫자가 감이 안 온다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래도 누군가는 되니까'로 건너뛰고, 그 틈으로 온갖 주장이 들어옵니다.

숫자는 이렇게 나온다

1부터 45까지 45개 숫자 중 6개를 순서 없이 고르는 경우의 수는 8,145,060가지입니다. 1등은 그중 정확히 한 가지예요. 추가 규칙도 가중치도 없이, 이 나눗셈이 전부입니다.

등수조건확률
1등6개 일치1/8,145,060
2등5개 + 보너스1/1,357,510
3등5개 일치약 1/35,724
4등4개 일치약 1/733
5등3개 일치약 1/45

5등이 45분의 1이라는 게 눈에 띌 겁니다. 한 게임에 1,000원이니 45게임이면 4만 5,000원을 써서 5,000원을 기대하는 셈이에요. 자주 당첨되는 느낌이 드는 이유이자, 그 느낌이 착시인 이유입니다.

814만이 어느 정도인가

매주 5게임씩 산다고 하면 1주에 5번의 기회입니다. 1년이면 260번이고, 814만분의 1을 채우려면 계산상 3만 년이 넘게 걸려요. 고조선보다 훨씬 이전부터 매주 사고 있었어야 이번 주쯤 한 번 기대해볼 수 있는 숫자입니다.

그런데도 매주 1등이 나옵니다. 이건 모순이 아니에요. 개인의 확률은 814만분의 1이지만, 전국에서 수천만 게임이 팔리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되는 게 당연하고, 그 누군가가 나일 이유는 없다는 것. 두 문장이 동시에 참입니다.

어떤 조합을 고르든 확률은 같다

1, 2, 3, 4, 5, 6이 나올 확률과 7, 13, 22, 31, 38, 44가 나올 확률은 정확히 같습니다. 둘 다 814만분의 1이에요. 앞의 조합이 이상해 보이는 건 우리 눈에 패턴이 보이기 때문이지, 추첨기가 그걸 알아서가 아닙니다. 추첨기에게 1, 2, 3, 4, 5, 6은 다른 조합과 구별되지 않아요.

지난주에 나온 번호가 이번 주에 나올 확률도 그대로입니다. 볼은 지난주를 기억하지 못하니까요. '한동안 안 나온 번호가 나올 때가 됐다'는 생각은 도박사의 오류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착각입니다.

로또야가 제공하는 빈도·패턴 분석도 마찬가지예요. 저 통계는 과거에 무엇이 나왔는지를 요약할 뿐, 다음 회차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번호를 고르는 과정이 재미있어지는 것이지 확률이 좋아지는 게 아닙니다.

그럼에도 사는 이유

확률을 정확히 아는 것과 로또를 사는 것은 모순되지 않습니다. 1,000원으로 일주일 동안 상상할 권리를 사는 거라면 그건 그것대로 합리적인 소비예요. 문제는 그걸 투자라고 부르기 시작할 때 생깁니다.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의 선을 미리 정해두시길 권합니다.